조선에서 연해주로, 연해주에서 중앙 아시아로 이주의 역사가 과거다.
경제적 정치적 이유를 순수한 자유의지로 보기도 어렵지만 강제이주는 선택의 여지가 없었다.
그리고 소련이 사라졌다. 사회주의의 흔적 위에 새로운 정권의 독립국이 자리했다.

할머니와 엄마가 고려말을 쓰고 아빠는 가본 적 없는 조국이 그립다고 한다.
한국 드라마가 인기고 대학과 직장을 찾아 몇몇 친구들이 한국으로 떠난다.

소수민족 고려인이고 한국인이 아니며 러시아어가 모국어다.
원주민 언어를 조금 알고 영어와 한국어도 배운다.

평생 농사지었다. 이 땅에서.
춤추고 노래하자. 손자손녀는 도시에서 잘 살고 있다.

큰 빌딩 숲에서 느끼는 공포를 이곳 드넓은 평야에서 느낀다.
숨막히게 아름답고 고통스럽게 두렵다.
이곳에서의 미래는 손으로 짓는 것이다.
밭을 갈고 집을 짓고 수로를 파는 것. 생존이 곧 미래고 내 아이의 삶이다. 미래는 그들의 것이다.

잘 섞여 살아간다. 인종차별은 모르지만 민족차별은 안다.
필연적 이유로 떠나야 한다면 경제적 이유고 잘살기 위함이다.

서울은 미래형 도시 같다.
내일 일은 알 수 없으니 오늘을 잘 살아라.

우리는 도시에 있다. 이 곳이 무엇을 꿈꾸는지 알 수 없다.
미국이나 일본, 한국, 어디에서라도 돈을 벌고 살고 싶다.

한번쯤 생각해 볼 수도 있다. 그 곳의 미래를.
바람이 어디서 불어올지 방향이 어디로 향할지 모르기에 여러 곳에 머리를 두고 이들과 저들과 우리를 교차 해보는 것이다.

남길 것, 남을 자들을 위한 계획은 무엇인가.
가능 조건들이 어느 정도 얼마나 오래 유효한가.
코 앞의 내일은 너무 바쁘다.

- 이소영, 20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