냉천별곡

신 내림을 받는 자는 온몸으로 온전히 신을 받아드리니
이로 인해 몸을 심히 앓거나 가진 금전을 다 잃는다 하더라

집 안에 모신 법당은 신을 모시는 자들의 정성이 보이는 곳
대나무 깃발을 천지에 걸치고
열두 신령 화려하게 동서남북에 자리하니
꺼지지 않는 촛불은 춤추듯 너울대며 그 앞을 지키더라

수리산 자락 밑에 터를 잡고 들어올 땐
저마다 그토록 사연도 많았더라

그저 한마디 집세가 싸더이다
그보다 두세 마디 수리산 줄기 따라 기운 따라 왔더이다
선몽 따라 예언 따라 발길 멈춘 곳이 이곳이오

문 앞의 신 반기고 몸주신 받들고
인생살이 노곤함도 고스란히 얹고 가니
내 한 몸 온건함은 내 뜻만도 아니더라

영신과 한 몸 되어 신명 나게 뛰어노니
이 기운 스러질세라 조상신들 반기더라

오늘은 터줏대감 몸주 신이 소리치고
어제는 보살님이 귓전에 소곤대니
어느새 또 내일이 곁에서 머물더라

언제부터 시작인고 조상님께 따져 묻고
휘몰아친 기운 피해 사방팔방 다녀본들
고개 너머 언덕길 위 차오르는 달 신령님
인제 그만 두 손 가득 한 대접 들이킬세

마주앉은 이방인은 눈초리에 의심 담아
남들 사는 이야기 무에 그리 재밌을꼬
신령님들 귀 기울여 한바탕 소란일세

산은 다 산일진대 명산 찾아 맥을 짚고
허물어져 끊긴 맥
쇳덩이에 끊긴 맥
짚어가며 오르며 내려서는 굽이굽이

세상만사 세월 따라 자리 잡고 주저앉아
도란도란 이야기에 위로받고 살고지고
한 모금 담배 연기 넋두리로 흘리더라

충혼탑 언저리에 맺힌 영혼 흔들리고
바위에 꽂힌 깃대 관모봉에 터를 잡고
풀잎과 나뭇가지에 영이 스며들었더라

문턱 넘어서기도 떨려오는 심신은
낯선 풍경 앞에서 잠시 머뭇거리우고
건네는 차 한 잔이 사뭇 살가웁더라

교회당도 사찰도 성당도 아닌 터에
한 뼘 마당 귀퉁이에 한 그루 나무 장식
그마저도 사라져 신당 하나 덩그러니

의지로 지식으로 무장하고 바라본들
눈앞에 머금은 신 그저 드러누웠더라

오래된 큰 신이 동네 어디 산다더라
말 걸고 말 듣고
조심스러운 주고받음
위로 아래로
토굴 속 토속 신앙

시국 탓
세월 탓
인식 탓
사회 탓
말 많고 탈 많은 뜨내기도 그립더라

최고면 최상이거늘
최고령이면 예우하듯
숨겨서 꺼내보듯 몰래 보는 거울처럼
보자기 한 겹 꽁꽁 매여있더라

옹기종기 한 집 건너 희고 붉게 깃발 걸고
걷지 않고 뛰지 않고 앉은 그 자리에서
느린 걸음 5동네의 너울 그림자였더라

수리산 항아리 골 붉은 흙이 거름 되어
나팔꽃 피고 지는 5동네의 담장 사이
센 기운 바람 타고 마음 한켠 스미더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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