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른 속도로 사는 세계

이소영

모험가를 꿈꾸는 관광객은
미얀마 현지의 레지스탕스들을 만났다.
이제 다른 시간대의 삶에 대해 조금 여유를 가지고 말해보고 싶다.
그러나 시간은 또다시 빠르게 흐른다.


1.
보고 들은 것을 이야기로 만들기 위해 일련의 장면들을 연결하기 전에, 낯선 모습 들이 익숙해지기 바로 전에 반복해서 경험한 사건이나 사물들이 감각에 먼저 들어 온다. 미얀마 양곤의 아침 거리는 좌판들이 줄지어 늘어서 있고, 식사하는 사람들로 분주하다. 그 사이사이로 큰 개들이 곳곳에 늘어져 쉬고 있다. 이곳의 더운 바람은 미세한 공기 입자처럼 스며들어 몸속 깊이 지속적인 여운을 남긴다.

2.
관광객의 눈(외부인의 시선)이란 날카로운 듯 무디고 어리석기도 하고 또한 조심스 럽기도 하여 새로운 문화를 잘못 짚어내기도 하고 애먼 일을 찬양하기도 하지만 때로 일상이라 여긴 것의 수려한 용태를 발견하기도 한다.
관광을 좋아하든 그렇지 않든 외국에서 이방인은 쉽게 관광객으로 보인다. 어딘지 어수룩한 낯선 곳에서의 이방인, 무엇을 보고 무엇을 묻는가....

그들이 궁금하다. 늘 마주치는 사람들에게 묻지 않는, 더 보편적인 것들이. 그러나 관광객다운 짧은 질문과 답을 통해 차이와 공감대를 조금씩 느낄 수 있어도, 이러한 가벼운 대화가 얼마만큼 각인될지 장담하기 어렵다.

다짜고짜 다가서는 호흡을 조금 늦춰서, 쪼그려 앉아 다소 시간을 들여 질문한다. 하나의 공통된 질문을 정색해서 물어보는 기회가 주어진다면, 질문자도 응답자도 마음을 가다듬을 시간이 필요하다.

2008년, 복지가 잘되어있고 교육이 공짜라는 핀란드의 지역민들에게 ‘빼앗김’에 대해 가설적인 질문을 했다. 2009년, 한국에서 같은 질문을 던졌다. 꽤 오랜만에 이 질문을 꺼내어 불교사상이 사회 전반에 깃든 미얀마에서 물어본다.

“누군가 혹은 무엇인가가 당신에게서 무엇인가를 빼앗으려고 합니다. 당신은 무엇 을 빼앗기고 있습니까? 이때 어떤 기분이 들고 어떻게 이 상황에 대처하십니까?”

인터뷰 중간중간, 미얀마의 전래동화나 구전동화를 들려달라고 부탁했다. 포기해야 얻는다고 믿는 건지, 모든 이야기 대부분에 ‘상실’이 깃들어있다.

‘그들의 빼앗긴 무엇’에 대한 이야기를 듣는 내내, 지나치는 풍경과 무더위, 쏟아지 는 비, 배타적이지 않은 친절함이 함께 했다.

3.
우리가 모험을 떠날 때는 무엇을 챙겨가는가. 플래시를 켜고 우비를 입고 장화를 신고, 빗길에 만반의 준비를 했어도 한순간 진흙탕에 미끄러진다. 비가 그치고 우연 히 보게 되는 쌍무지개처럼 어처구니없이 판타스틱힌 순간은 발길 내달려도 잡히지 않는다. 그래도 길을 떠나려는 그에게 묻는다. 이번엔 또 무엇을 기대하는가?

길거리를 배회하는 개들이 있다. 사람이 키우지 않은 개들은 순종적이지도 공격적 이지도 않다. 도시 내 한쪽 코너가 주거지가 되고, 두어 블록 정도를 맴돌며 생활권 을 유지한다. 자유로워 보이지만 이 영역을 쉽게 벗어나지 않는다.

“너를 나의 것으로 하기엔 너는 너무 길들여지지 않았고 나에게 시종일관 무심하다. 목줄을 채우고 사랑을 주고 쓰다듬고 먹이를 주고 산책을 시키고 꼬리치는 모습에 기뻐하고, 그렇게 길들여 굳이 ‘너의 영역’을 ‘나의 영역’에 들여놓아야 할까...”

사람이 도시를 장악하면 그 외의 모든 것들이 사람을 위해 존재하게 되고 나머지 동식물들은 그 안에서 생존해야 한다. 애완동물, 혹은 반려동물들은 보호 대상이고, 쥐나 바퀴벌레는 소탕 대상이다.

인간이 동물, 혹은 사물과 함께하는 것, 공간을 공유하는 것, 서로 위협이 되지 않는 것, 함께 사는 것에 대해 생각한다.

4.
관광객이 많지 않은 미얀마 양곤의 순환열차는 동 중정(動中靜)이다. 열차가 움직이 고 풍경이 흐르지만, 마음은 고요하다.
미얀마 사람들은 성(姓)이 없다. 태어난 요일의 부처와 동물을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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